1991년 4월 .
결혼한지 몇년만에 드디어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편지로 볼때는 열심히 신앙생활 하고 있는 그이를 의심할 여지없다.
아하~~ 왠걸.(정말 어이없음)
집에 도착하여 보니 저녁에 일하러 나가 새벽에 들어오는 그이는
집에 들어오면서 TV 를 켰고 저녁에 나가면서 TV를 끄는 철저한
TV 시청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신앙생활은 말 할 것두 없다.
주일도 겨우 나갈까 말까 하는 정도였으니..보다못한 내가
이야기좀 하자고 하면 술한병 식탁에 올려놓고.
"이걸 마시면 대화가 잘된다"나 어쩐다나...
목사님께 기도제목을 부탁 드렸다.
-JOB 이 바꾸어 져야 금요기도회도 주일도 참석할 수 있겠으니
기도해 주십사고..-
미국온지 한달만에 한국에 계신 친정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거기에 다녀오면서 그이의 JOB 은 떨어졌는데 왠지 다른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민온지 한달 보름쯤 지나 교회는 헌 건물을 사서 성도들이 수리를 하고 있었기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그이는 열심히 교회가서 일을 하였다.
그러나 어쩐일인지 그이의 새로운 일자리는 잘 찾아지질 않고 있었다.
가지고 온 돈은 집사는데 빌렸던 것을 갚고 나니 한푼도 남질 않았다.
그즈음 나는 큰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으면서 정말 얼마나 힘든나날을
보내고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힐 정도였다.
10개월 동안 힘든가운데 작정 건축헌금을 다 마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교회에서 계획했던 예산이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었다.
전 교인이 70 여명 가량이었는데 제직회에서 우리는 다시금 작정헌금을 하게 되었다.
딸 결혼을 위해 저축했던 돈을 내어놓는 집사님..
아들 중고차 하나 사려고 근근히 모아 놓은돈 내어놓으시는 목사님..
이래저래 최선을 다하시는데
왠일일까?
해야 한다는 마음도 아니고 하고 싶다는 마음도 아니고 내 속에
견딜수 없는 감동이 안타까움으로 나의 가슴을 마구 두드리고 있었다.
도무지 피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아버지 ! 아시잖아요 나. 돈 하나도 없는데... 어쩌라고 이런마음 주시는
거죠?"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으로 2,000 불을 작정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여기저기 열심히 뛰어다니는 그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터라 조심스레 그이에게 말을 하고
무엇이든지 일을 하여 내 손으로 건축헌금을 하겠노라고 말하였다.
"아버지 ! 아버지가 하세요..그동안 작정헌금도 겨우 했는데 저보고 또
하라시니 무엇이든지 일 할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6개월 안에 할 수 있도록..꼭요."
하고 날마다 기도하며 신문 구석 구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찿아도 마땅한 곳이 없다 ..(이곳 실정을 몰랐기에)
영어가 걸리고..주일이 걸리고 금요 기도시간이 걸리고 갓난 아이를 어찌해야
할지 또 걸리고.....
하지만 포기 할 수는 없었다.
날마다 혼자 앉아 말씀과 기도로 부르짖으며 그렇게 석달이 지났다.
하루는 은행에 다니고 있던 큰 시누이가 왔다.
거래처에서 3개월 임시직이 났는데 해 보겠냐고...
덥석 두려움이 일었다...하지만 주님의 응답이었음을 분명히 알았던 나는
그러겠노라고 말하고 시어머님께 아이를 부탁드렸다.
한달 1600 불, tax 빼고 나면 1,350 불 ....
십일조 해야 하고... 어머니랑 약속한 350불 드려야 하고...그러면
두달을 해도 모자랄 것이기에 나를 너무도 아껴주던 집사님께 의논을 하였다..
첫 열매를 온전히 주님께 드리기 원하는 나의 마음을 헤아리신 그 분이
어머니께 드릴 350불을 빌려 주셨다.
그렇게 해서 일한지 두달만에 작정헌금을 온전히 주님께 드릴 수 있었고
그렇게 3개월간의 임시직은 끝이 났다.(다 허락해준 남편에게 무지무지 감사)
그때부터 나는 일자리를 달라고 또다시 기도했다.
"아버지 토요일도 쉬고 주일도 쉬고.. 아버지가 주시는 것이니 좋은것으로 주세요"하고..
약 3개월이 지났을때다.
임시직으로 있던 곳 차장님께서 찿아 오셨다.
내가 있던 그 자리가 아주 비어져 버린 것이었다. 할~렐~ 루~야~.
"아버지 ! 아버지 께서 허락하신 곳이니 이곳이 저 있는 동안 복받게 해
주시고 그리고 저는 딱 10년만 일 할께요 .그 다음엔.....???(에고 겁도없이) .. .."
이제 이곳에서 일한지 9년이 넘었다.
나를 엄청 축복해서 공주처럼 세워 주실줄 알았는데 왠걸.....
때때로 아버지가 주신 일터에서 나를 매정하게 낮추시는 아버지가 밉기도 했었다.
부딪히고 힘들때면.. ".괜히 10년을 약속했네 ..7년만 할걸..." 투덜 투덜..불평 불만..
하지만 돌아보니 아버지께서는 이 일터를 통해 조심 스럽게 그리고
확실하게 나를 부수고 갈고 다듬고 빚으시는 작업을 하신 것이다.
지금 이만큼이 10년동안 다듬어진 작품이니 ..정말 한심했었다.
2000 불로 10년을 살게 하신 그 숫자가 어찌 중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보다도 ...
마음만 드려도 이렇게 채우시고 품으시는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남편에게도 잘 하지 않는 콧소리 한번 해 봐야지)
아버지~ 사랑해요오~~ㅇ ..나 더 많이 이뻐해 주세용~ㅇ
말씀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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