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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가을의 일상중에

by onlyjsc 2019. 9. 24.

그림자가 많이 길어졌다..

강아지랑  산책하는 시간이다..

공기도 완전 가을이고 하늘도 높은데 어느새 해가 제법 빨리 진다..

서쪽으로 붉은 구름이 점점 어두어 지면 하늘엔 별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하고

얼굴과 온 몸으로 마주하는 서늘한 바람이 기분좋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약간은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이웃 길 모퉁이에는 80 다된 일본 할머니가 혼자 살고 그 옆집은 그 할머니의 남편이 혼자 살고

또 그 옆집엔 아들을 동부로 보낸   70 대 일본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데  그녀의 이름은 케런이다...

집 싸이즈가 다 우리집만 하니 혼자살기는 큰 집인데도 수십년 살던 집인지라 다들 그냥 사는 모양이다

 

퇴근후.. 강아지랑 산책을 하다보면 케런집 앞에 걸터앉기 좋게 잔디 끝으로 벽돌로 얕게 쌓아진 벽이 있는데

자주자주 거기에 걸터 앉아있는 케런과 그 반려견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두번 결혼 했지만 지금은 혼자되어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는데..

작년 크리스마스에 동부 아들집에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던 케런은 도착  바로 다음날

갑자기 아들이 쓰러져 병원가니 암이었다고..

일생에 가장 슬픈 크리스마스였다며 아직도 병중에 시달리고 있는 아들때문에 아픈 마음인지라

애써 감추려 해도 종종 눈물을 보인다..

 

무엇이라도 해 주면 도움이 될까싶어 아들옆에 가고 싶지만  엄마우는것 보기 힘들고

엄마울면 자신도 자꾸 울게 된다고 아들이 못오게 한단다..

마음만 아픈 엄마..

그 마음을 나도 알기에 ..요즘은 의술도 워낙 좋고 젊으니 잘 이겨낼것이라 말하고

함께 기도하겠다고 하니 고맙다고 한다..

종종 이런 저런 이야기로 산책길을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동네가 정말 조용하다..

특별히 주말 오후나 저녁은 모두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진다

나 역시 가끔은 잠을 자기도 하고 TV 를 보기도 하고 어쩌다  게임을 할때도 있는데

잠시 혼자 그러고 있다가는 화들짝 놀라 집을 한바퀴 돌아보거나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러보기도 한다 ...

너무 조용해서 내가 자는 사이..내가 TV 보는 사이... 특히 내가 게임하는 사이

그만 다들 휴거되었나..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ㅎㅎㅎ

내가 그렇게 말하니 울 아이들도 그런 때가 있다고 한다..

매 순간을 잘 살아야지..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가을은 오고

다들 힘들다 힘들다 하는 불경기여도 가을은 이렇게 오고
내 마음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어김없이 가을은 온다.

화창해야할 지난 봄 내내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더니

어느새 반년을 훌쩍넘어 빗방울을 보게 되려나 .. 살짝 비소식이 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되지 않을까 . 기다려 진다

 

10 여년 전까지만 해도 가을앓이를 했었는데,,,, 아들 아프면서는 가을앓이 할 여유도 없이 지내온것 같다..

가을이 오는지 가는지..... 그렇게 감정없이 지나보낸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참 오랫만에 갖는 여유인듯 하다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이 불안함을 품고 살던 아들의 아픈 증세에서 벗어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네.... 이런 날이 내게 왔구나... 참 감사하다

 

요즘은 주말이 좋다..

주중 내내 손님 기다리다 마음만 상하고 토요일 오후되면 주일지나도록 회사 생각 안하고 사니 좋고

조용한 가을 낮..저녁을 잠시나마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다시 찿아와준 가을이 고맙다..

주님도 얼릉 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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