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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위대한 인간승리..실패한 금식

by onlyjsc 2005. 10. 24.


아주 사소한 일로 남편이랑 전화하다가 디립다 싸웠다..
싸우기 싫은 그이가 전화를 꺼버려 더 싸울수도 없게 되자
속은 부글부글 끓고.. 집에는 들어가기 싫고 갈곳도 없고 마음은 편치 않고,,,
일이나 하자 하고 교회로 가서는 시간만 보내다가

에고,, 풀어야지 별수있나.. 어떻게 풀지?
여보,,나 당신하고 싸우기 싫어 하면서 그냥 머리 푹 디밀고 엥겨버릴까?...
그래 좋다..까짓거,,,
마음을 열고 저녁이나 정성껏 해주자
하고 집에들어오니..6시.. 이미 어두워 졋다..
문앞에 다가서니 내마음은 다시 꼬이지 시작한다..
풀어? 말어?
..하는 갈등속에..에라 모르겠다..하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그이가 부엌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밥 다됐어
,,,한다..(휴~ 다행이다..하나님이 도우시네..)

얼른 옷갈아입고 부엌에 오니 식탁위에
김치통 그대로,,고추장통 그대로,, 소스병 그대로( 고기를 구었음)...였다..

다시 상을 보며 김치를 접시에 담아내는 사이
그이는 수저를 놓고 밥을 퍼서 아이들과 둘러 앉는데 소스를 옹기접시에 담아 식탁앞에 선순간..
달랑 밥 세공기를 퍼서 셋이 둘러앉아 각자 식사기도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순간... (정말 치사하다..쫀쫀하기는,,, 정말 엄청난 남자네..)머릿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며 속에서는 말로다 할수 없는 열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올라온다.

방에와서 이불을 푹쓰고 누었는데 식사가 끝난모양이다
이대로 넘어갈수는 없어,,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해..

다시 일어서서 부엌에 가니 설거지 그릇만 쌓여있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사이.. 나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집을 치우는 그이와 아들,,딸..
(나는 대강 화가나면 어질러 진걸로 야단을 치니까..)

굶으면 안돼..먹어야 해..
비장한 마음으로 밥솥을 열어보니 그나마 반공기 밥 밖에 없다.,,(흠 -- 아주. 기가 막히네,,끓는다.끓어,,)
그래도 먹는다. 하고 식탁에 앉아 김치하나 달랑놓고 밥을 먹자니 견딜수가 없다..

너희들 이리와바..


공부하다만 아들,,TV 보던 딸이 내앞에 마주 앉자..
너네..뭐하는 애들이니? 엄마가 밥을 먹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너들만 먹으면 돼는거야? 엄마 밥먹으란 말도 못하니? 엄마는 뭐하는 사람이야?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만하면 돼는 엄마냐?
돈주면 잔소리 하나도 안하고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청소도 해주는 사람있어,,뭐냐? 엄마는,,, 엉?
너들 엄마가 왜 필요한지 써갖고 아빠 드려..아라써? color


뭔가 이게 아닌데..하는 듯이 눈을 꿈뻑꿈뻑하는 아들과 눈물을 줄줄 흘리는 딸 앞에서 한성질 부리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하다..
남편이 운동복을 입고 문을 나간다..(부딪힐까봐 무서버서,,

안돼.. 이럴순 없어,,무슨일이 있어도 풀어야해..


얼른 쉐터를 걸치고 따라 나섰다..
그이 뒤를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따라가자니..

얼른 팔장을 끼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한걸음 바짝 다가서는 순간...걸음을 멈춘 그이가 하는 말..

애들이 배고푼줄 뻔히 알면서 특별한 일 아니면 일찍 집에와야지 교회에서 늦게까지 있냐며 왜 애들한테 화풀이를 하냐
고 한다..


순간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내 감정을
(오늘은 내 할말을 다 하리라) 다짐하느라고 누르고 또 누르며,
그럼..어따 화풀이를 해? 당신이 안받아주는데. 애들한테 해야지.,,


운동 하러 나가던 남편은 졸래졸래 따라나서는 내가 난감하기만 하다..
이야기좀 해요,

저기..벤취에 앉자
는 그이에게 춥다며 차로 들어갔다..

아무리 말없는 남편이라도 신혼때는 나를 위해 밤을 새며 이야기를 해 주던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도 가끔씩은 새벽 두 .세시까지..때로는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남편이지만..
이런 일로 이야기좀 하자하면
분명 내가 잘못한것 같은데 나랑 이야기를 하고나면 꼭 자기가 잘못한것 같은 생각이 들어 늘 찝찝한 남편이기에 입을 먼저 다물어 버리고 마는 남편이다..

오늘도 그런생각에 입을 다물고 만 그이에게 나는,,
이만 저만 저만 이만 이야기를 하면서 먼저
어떻게 밥을 세그릇만 퍼서 셋이만 먹을 수 있냐
고 어금니를 깨물며 확실한 부분을 가지고 따지기 시작했다.
당신 저녁 금식한다며?

금식 ??
그랬다.. 베내주엘라 선교지 소식을 듣고 때맞춰 늘어나는 몸무게를 신경써서 이왕이면 저녁 금식을 한다고 햇는데... 열이 받아 깜빡 잊어버렸다
에고,, 그래도 그렇지..지금은 그렇다고 절대 말할 수 없는 처지다..

당신..내가 언제까지 금식하는줄 알고 있수? 내가 금식한다면 맨날 금식하는 거유?
(찔끔찔끔,,)
설령 금식해도 그렇지.. 애들은 모르는데.. 당신이 엄마 금식한다고 말해 준것도 아닌데.
.(이부분은 자신있어서 소리가 점점 커졌다)
우리가정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 엄마가 밥을 안먹는데 어느 놈(?) 하나 엄마가 왜 밥을 안먹는지 물어보지 않으니..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나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애들도 그렇잖아..당신...나 사랑해? 맞어?

..........
.........
알았어,,, 미안해...


싸움은 끝이 났다..

위대한 인간 승리..실패한 금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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