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시집살이 지긋지긋해서 시짜라는 글씨만 봐도 싫어서 시금치 시짜도 싫어한다고..
결혼하고
미국에 와서 첫 아이를 낳은 후 나는 일을 하러 다니는 까닭에
어머니가 아이를 돌봐 주시게 되어 우리는 한집에 살게 되었다
그때 마침 막내 시누이가 미국으로 오게 되었고 잠시 우리 집에 함께 머물게 되었는데
유난히 딸들을 이뻐 하시던 시어머니와 나 사이는
여우 같은 막내 시누이로 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갔다..
큰아이를 낳은 후 두살 터울로 딸을 낳고.. 그 사이 막내 시누이도 아이를 낳게 되어
두 아이를 어머니 손에 맡긴 나는 서러움에 눈물로 지내는 시간도 많이 있었다..
어머니랑 함께 살았던 5년 동안 .
울 아들에게 들어온 선물을 막내시누이가 가로채는 일 정도는 그저 보통 일이었는데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면서 차 안에서 울고
조금이라도 퇴근이 늦으면 들어서자 마자 소리를 질러대는 어머니 때문에 심장이 뛰어서
5시 땡-하면 1초도 넘기기 전에 회사에서 나오곤 했었다..
무엇이든 막내시누이랑 비교되는 까닭에 급기야는 어머니랑 싸우기도 여러 번 하고
나의 모든 신앙생활의 방해요소는 어머니 때문이라 생각 했었는데
다행히 5년 지나 헤어져 살게 되었을 때는
어머니가 뭐라 하셔도 별로 마음에 담아 두지 않게 되었고
섭섭한 것보다는 감사한 것만 생각하다 보니 나의 마음은
지난날의 모든 것들이 쉽게 잊혀졌다..
어느새 울 아들이 스무살이 되었으니 세월이 많이 흐르기도 했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니 뭐 그렇게 섭섭해 할 일도 사실은 없었고
갈등을 해야만 했을 무엇이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으니
그땐 뭐가 그렇게도 섭섭하고 서러웠는지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힘드시겠지만 끝나자 마자 빨리 올께요..수고해 주세요하고 출근하면 됐을일..
좀 늦었다고 소리지르시면..
죄송해요..빨리 오느라고 햇는데 늦었네요..요녀석이 할머니 많이 힘들게 했나 부다..하면서 들어섰으면 됐을 일이고
울 아들 선물 막내 시누이 아이에게 주셨으면 ..잘하셨어요..어머니..했으면 되었을 일인데..
시누이 아이 돌보시는 일은 기쁨으로 하시고
내 아이 돌보시는 일은 있는 없는 생색 다 내시며 하는 시어머니가 그땐 밉고 섭섭 햇엇다.
우리 아이 둘을 포함해서 손자 손녀 8명을 다 키워내신 어머니..
세월 지나면서 지금은 막내딸 못지않게 나를 편안해 하시는 어머니..
2년 전 아들의 두번째 수술때만 해도 남편과 내가 병원에 있는 관계로 우리 집에
머물며 손녀딸을 깨워 아침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시며
얘.. 빨리 일어나라 , 학교 늦겠다
얘..밥 먹어야지..어째 넌 그렇게 밥을 안 먹냐.. 아이고 지지배…하시던 어머니였는데
그 얼마 후 걸음걸이가 둔해 지시고 어지럽다 하시더니 결국은 투석을 하셔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과정도 수월치 않아 몇 번의 수술을 하셔야 했고
1주일에 세번의 투석이 어머니께는 너무나 힘이 드셨는지 병원에 다녀오시는 날이면
먹는것도 귀찮다 시며 창백한 모습으로 바로 침대에 누우시는 것을 보면서 어찌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저린 다리를 주물러 드리며 그래도 드셔야 한다고 .. 힘을 내셔야지요… 하고 여러 번 말씀을 드리면
겨우겨우 일어나서 두세 수저 드시고는 다시 누우시는 어머니..
엄마..
할머니 빽빽 (아이들이 그렇게 표현한다- 아주 적당한 표현이기도 하고) 거리실 때가 좋았는데
이제 안 그러시니까 속상해…
하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또 마음이 아파온다
그나마 자주 모이는 온 가족모임이면 어린 손자손녀들의 재롱을 보느라 힘드신 줄도 모르셨는데
이제는 다들 컸으니 예전같은 재롱은 없어도
4자녀에 사위 며느리 손자 손녀들을 보는 어머니의 얼굴은 행복하시기만 하다
조금 더 자주 모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아프신 몸이라 교회는 못 가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딸 아들 사위 며느리 손자 손녀 한 명도 빼지 않고 기도하신다
아마 녹음을 해 보면 단어 하나 안 틀릴 정도로 기도내용이 거의 같다
어쩌다 가족모임에 어머니의 대표기도가 되면 여기저기서,
어머니 짧게… 할머니 짧게… 하고 부탁 아닌 부탁을 드려도 결국은 또
아들 ,딸 .사위..며느리..손자..손녀 이름 다 불러가며 기도해야 끝이 난다..
아프신 어머니께 효심 지극한 큰 시누이가 있어
한편 마음이 놓이지만
그래도 내 몫을 다하지 못해 늘 죄송스런 마음이다
종종 찿아 뵙긴 해도 나도 힘들고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 모시진 못 햇는데
한국의 구정...명절이라고 우리집에 모였다 ,
맛있다고 소문난 만두 사서 정성으로 국물내어 떡만두국 하고 ..
잡채 만들고.. 나물 한가지..맛난 김치..
이렇게 간소하게 준비해서 온가족이 둘러앉았는데
어머니가 어째 이렇게 맛있냐며 수저를 놓으실 줄 모르신다..
예전에 어른들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거 보는 것 처럼 행복한 일도 없다..하시는 걸 들은적이 있었다
그만 드시라고 ,,, 안 좋다고 말릴 만큼, 많이 드시는 어머니를 본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거 보는 것만 행복 한 게 아니라
이제 79 세가 되신 어머니..
병고에 힘들어 지쳐 먹는 것도 귀찮다며 입맛을 잃어버린 어머니가
맛있게 드시는 걸 보는 자식도 이렇게 행복한 것을 보니
어머니가 어린 자식만큼 약해 지셨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주 모실걸…
잘 먹었다…맛있게 먹었다며 몇번씩 말씀하시는 어머니께
미리 준비해둔 만두랑 김치 싸서 보내 드리며 돌아서는데
자꾸만 눈물이 난다..
나의 아버지는 내게 효도 한번 받아 보시지 못한 채 돌아 가셔서 내내 가슴에 남아
그때부터 부모는 오래도록 살아 주시는 게 감사한 거다 생각해 왔다.
우리 시어머니.. 오래 사셔야 하는데… 내게 좀 더 기회를 주셔야 하는데…
주님…
우리 어머니.. 작년보다 조금 .. 조금 ..덜 힘들고 ,..
작년 보다 조금 더 건강한 한 해가 되게 해 주세요..
올 한해 기도제목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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