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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심리 자극

by onlyjsc 2015. 3. 1.

 

 

 

토요일은
새벽부터 일하러 나가니 내 꼴이야 꾀죄죄 하겠다..
아침 10시경 일을 마치고 모처럼 딸래미랑 한국 옷가게를 들렀는데
내 모습을 본 주인은 아마도
자기네 가게에서 옷 살 사람으로는 안보였던 모양이다
(한국에선 1, 2 만원 하는옷도 여기선 비행기 값에 뭐에 7.8 만원은 기본인데 예쁘게 진열해 놓은 가게 폼새가 조금은 비싼 곳인가 싶다.ㅎ )
어서 오라는 말도 없고...뭘 팔려는 생각도 없는 듯
그들에게 우린 투명인간이다.

차라리 잘됐다 싶어 펀히 둘러보고 있는데
완전 차려입은 여자손님 두분이 들어오니
가게 주인이랑 종업원이랑 딱 달라붙어 하는 행동이랑 목소리가 훨훨 날라간다..

그걸 보던 딸래미..
<엄마 ! 여기 좀 웃겨. . 그리고 이것봐 이게 75불이네... 왜 이렇게 비싸? 가자 !>

어차피 살것도 없었고 살 맘도 없었지만.. <그래 ..가자!> 하고 나오는데
울딸 영 기분이 안좋다..

<손님이 왔으면 인사라도 해야지 뭐 저래? ...> 한다...
-은영아 ! 우리가 부자인줄 저사람들은 모르는거야..ㅎㅎㅎ-
<마자마자 ! > 하며 낄낄거리고 나오는데
문득 옛날 생각이 난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때까지만해도
지금의 재래시장 같은 소규모 시장이 읍내에도 있었지만 시골 구석구석
보따리 장사꾼들이 동네마다 집집마다 다니기도 햇었는데
지금도 생생한 한 장사꾼 아줌마...

서울말을 쓰는 그분이 우리집에 가져온 물건은 화장품이었는데
엄마앞에 보따리를 풀러서 화장품을 쭉- 펴놓더니
몇가지를 한쪽에 따로 놓고는 엄마에게 소개도 하지 않는것이다
궁금한 엄마가

- 저건 뭐래요?- (ㅎㅎ 강원도)
하고 묻는데 이 아주머니... 참~~~ 어이없다
당연히 물건을 소개해야 할 장사꾼이 떡하니 하는 말이

<에이 ! 이건 아주머니가 살 건 아니지.......... 비싸! >
이러는게 아닌가...

은근히 열받은 엄마
- 아니 ! 비싼건 내가 보면 안되는 기래요? 그것좀 어디봐요 -
<아이 글쎄.....보여줘도 이건 아주머니가 살게 아니라니까...비싸서...>
- 이 아줌마가 날 무시하네.....어디 그거 줘봐요 글쎄 ! -

일부러 엄마를 자극시켜서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장사꾼 아주머니의 술수가 어린 내눈에도 보이는데 엄마는 거기에 열을 끓이며 술술 넘어가고 계셨다.

내가 어릴적엔 누구든지 울동네 어디를 다니려면
우리 땅을 밟지 않고는 지나다니지 못한다 할 정도로 울아버지는 부자셨는데
그런 남편을 가진 엄마의 자존심을 건드려
물건을 팔아먹으려는 그분의 나쁜 수단에 결국 엄마는

<이까짓걸 왜 내가 못사 ! > 하면서
비싸서 못살꺼라던 그 장사꾼의 손에 보란듯이 돈을 내어주고
꼭 필요하지도 않았던 화장품을 사고서는 며칠을 끙끙거리며
속터져 하시던 걸 보았다...
사람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나 같으면 아무리 맘에 드는게 있어도 그런 사람에게선 사지 않을텐데 말이지..


세상에 가장 값진 보물을 가진 사람이라면
왠만한 일로는 누가 좀 무시한다고 해서
그다지 마음을 상하진 않을것이다. 아니 오히려
눈에 보이는 것에 따라 마음도 요동하며 살아야 하는 그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것이다...
오늘 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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