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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부싸움 ..자녀들에게 허락받고 싸워라 (선목사님 코칭에)

by onlyjsc 2014. 3. 16.

 

아들이 중2쯤 되었던 어느 토요일..
그이와 난 아주 사소한 일로 강도높은 싸움을 하게 되었다
매사에 대충인 남편이 못 미더워 청소고 설겆이고 지금까지도 거의 하지 못하게 하는데 그즈음 나는 ....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피곤이 겹쳐 몸이 아팠던 관계로 남편이 빨래를 하겠다기에

-한꺼번에 많이 넣고 하면 안되고.. 흰빨래는 따로 하고
수건도 따로 하고 비누는 이만큼 ..어쩌구 저쩌구,, 가르쳐 주었다

당시 우리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기에 아파트내 세탁소를 사용했는데
저녁 10시면 문을 닫지만 여러대의 세탁기가 있으니 서너통의 빨래는 문제가 되지 않는 넉넉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 계산으로는 충분히 마쳤어야 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빨래가 오질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세탁장에 가보니
한통에 가득 들어있는 빨래는 마구엉켜 잘 돌아가질 못해 마르지도 않았을 뿐더러 모양새 자체가 찜찜하다

영락없이 맞아 떨어진 내 짐작에다
그렇게 자세히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저 모양이 되어버린 빨래를 보니 금새 짜증이 났다..

-내가 다 말해 줬잖아... 말을 하면 좀 그대로 해주면 안돼?
이게 뭐야 빨래도 다 못 말리고 이걸 다 어떡해야 되냐구? 낼은 주일인데..
...........
..............

다른때 같으면 슬그머니 빠져버릴 남편인지라 기대는 안햇지만, 만약 뭐라고 한다면 -미안해.- .라고 해야 할 남편 눈꼬리가 순간적으로 올라가더니 입을 다물어 버린다.. -어머머 -
그 모습을 보니 속에서 뭔가가 막 끓어올라 몇마디 더 햇더니 휙 돌아서며 하는 말이
-당신은 해줘도 고마운걸 몰라..도대체가-
-아니 이게 고마운거야? 이거 어떡하냐구? 해 주려면 제대로 해 주던가..차라리 안해주는게 낫지..일만 만들었자나...내 말대로 햇으면 이런일 없잖아? -

그때부터 서로
-당신은 항상그래..-
-당신은 매사에 그래..-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큰 싸움이 되어 버렸고
결국 그 일로 우린 한동안 냉전중인채 지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던 어느날 아들이 우리에게로 오더니
-엄마. 아빠. 이리로 와 보세요- 한다..
제 방으로 인도하는 아들을 뒤따라 볼품없이 들어가는 우리 부부...

-여기 앉아 보세요-
아들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우리 부부의 모양새라곤,,,참..
-엄마. 아빠.. 내가 이주일 동안이나 기도했는데 엄마 아빠가 아직도 말을 안해서 그래요.. 뭐가 문제인지 나한테 말해 보세요-
순간 ..
이건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아들아 어른들이 살다보면 이런때도 있는거야..걱정하지마 아무것도 아니야..금방 괜찮아 질꺼야) 하고 말하려는데 불쑥 옆에서

-애..니 엄마는 말이야 아빠가 뭘 해주면 고마운건 모르고 잘못한것만 가지고 뭐라그래..너라면 기분 좋겟니? - 한다..
참 어이없다.. 지금 그게 열 세살난 아들앞에서 할 말인가 말이다.. 참 기가막혀서..
그래? 그럼 나도 하지뭐...
-아들아..아빠는 이왕 해 주려면 엄마가 말하는데로 해서 기분좋게 해주어야지 항상 말해줘도 듣질않아..그게 문제란다-
이렇게 우린 어린 아들을 앞에 놓고 - 니 엄마는 이렇고 저렇고 니 아빠는 이렇고 저렇고 - 어이없는 싸움을 계속 해 댔다..흐미~
한동안 서로 그러던 중 - 난 원래 이래.. 하나님이 이렇게 만든걸 어떡하라고.. 사람마다 다 다른거야 - 하는 남편의 한마디에 듣고 있던 아들이 조용히 말한다..

-아빠..그런데...그래도 하나님이 우리가 그런거를 고쳐가며 살기를 바라셔요-
그 순간 우리부부는 말이 없어졋고 나는 속으로 - 앗싸- 하며 승리의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는 계속되는 아들의 말
-이제부터는 이렇게 하세요...
엄마..
엄마는 아빠가 도와줄때 맘에 안들더라도 도와주려는 아빠 마음을 먼저 생각하고 고맙다고 말을 하세요
아빠..
아빠는 엄마가 뭐라고 팁을 주면 그대로 해보세요
앞으로 한달후에 우리 가족 미팅할껀데 그때도 안 좋아지면 나 집나가 친구집에서 살꺼예요- 한다

뭐 할말이 없지..
-알았어- 하고 뻘쭘하게 있는 우리에게 한마디 더하는 아들
-엄마 아빠 일어서시고 허그하세요 -

휴우~~~ 뭐 이런다고 그새 마음이 다 풀리진 않았지만
한국말도 서투른 아들이 우리의 말속에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 마음을 다 알아들을 수 있다는게 너무 놀라웠고,,,열 세살 밖에 안 된녀석의 입에서 어떻게 저토록 지혜로운 말이 나올까...많이 생각했다..
아들앞에 한없이 부끄러웠던 시간이지만 얼마나 마음이 뿌듯햇는지 모른다
그리고
비록 어릴지라도 기도속에서 주님을 만난 지혜는 어른을 부끄럽게 하고도 남음이 당연함을 너무나 절감햇던 날이다.

한달후 미팅에서도 회복되지 않으면 집을 나가겟다..- 라는 말은 당시 내게 아주아주 큰 충격이었다..
부모의 일들로 상처받은 아이들,,
그리고 그런때문에 삐뚤어지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의 일로 삶을 잃어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어른들이야 살다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잇는 일들이지만
생활권이 좁은 아이들은 언제나 가정의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았다... 이것이 부부로서 자녀에게 허락받고 싸워야 하는 이유이다

부부싸움...
자녀들에게 허락 받고 하시던가 자녀들 몰래 하시고
모두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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