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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종환-

by onlyjsc 2013. 11. 26.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말한 그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다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으며 
낡고 때 묻고 시들지 않는 것은 없다 

세월의 달력 한 장을 찢으며
벌써 내가 이런 나이가 되다니,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날이 있다 

얼핏 스치는 감출 수 없는 주름 하나를 바라보며
거울에서 눈을 돌리는 때가 있다 

살면서 가장 잡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나 자신이었다 



붙잡아 두지 못해 
속절없이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 

흘러가고 변해 가는 것을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이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늦게 깨닫는 날이 있다 

시간도 사랑도 나뭇잎 하나도 어제의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늘 흐르고 
쉼 없이 변하고 항상 떠나간다
이 초겨울 아침도,
첫눈도, 
그대 사랑도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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